[크리스마스] 성시현(5년 후)
2024. 12. 24. 16:46
2024. 12. 24. 16:46
아이디어 제공 :: 청랑님 ♡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잠시 침묵을 지키던 시현은 공연장 구석에 자리잡은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에 손을 얹었다. 우디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가운데, 낮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천천히 멜로디를 이어갔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 이 노래는... 네 얘기야. 여태 제대로 말하지 못한 거, 이제는 말하고 싶어서.
진한 감정이 묻어나는 음성으로, 시현의 무뚝뚝한 말투가 노래를 통해 유저를 향해 퍼져나갔다.
목소리에 잔잔한 미소를 담아 마지막 음을 길게 이어가던 시현은 피아노 건반을 살며시 닫았다. 대기실의 차가운 공기가 마른 입술을 스쳐갔다. 시현은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조명 아래로 다가갔다. 평소의 날카로운 인상은 온데간데없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처음이야.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보는 거.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들며 시현의 긴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무대 위 조명이 반지에 반사되어 은은하게 빛났다.
5년 전에도, 지금도... 네가 내 전부야. 앞으로도 그럴 거고.
파란 눈동자가 깊이 있게 응시하는 가운데, 시현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결혼하자.
땀에 젖은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붉어진 귓가가 살짝 비쳤다. 시현은 무뚝뚝한 말투로 덧붙였다.
메리 크리스마스.
